‘조선자본주의공화국’과 ‘3층 서기실의 암호’

나는 통일이 되면 바로 북중 접경지대에 가서 청바지와 신발 장사를 하고 싶다. 하지만 북한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지 알길이 없다. ‘내가 청바지와 신발을 팔아도 살 사람이 있을까?’ ‘어떤 사람들을 처음 만나서 판촉을 해야 하는가?’ ‘결제나 유통은 어떻게 해야하나?’ ‘자본주의화가 되고 있다고는 하는데,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되고 있는거지..?’ 등등.. 항저우에 있을때는 닝보에서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고, 상해로 와서는 칭다오에서 북한 사람들로 추정(중국 인터넷 뇌피셜)되는 조선족들이 일가족을 살해하고 베이징으로 도망(이 부분에서 북한사람들로 추정됨)가다가 지명수배 당하고 전부 체포되는 사건도 있었다. 이후 관련 기사는 전부 삭제됐는데, 어쨌든 중국이나 한국은 모두 북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원래는 남북 정상회담 전에 다 읽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최근에야 읽게 되었다. 아마 최근 남북미 관계로 인해 책에서 다룬 내용들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엘리트 ‘탈북자’의 인식을 보여주는 ‘3층 서기실의 암호’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태영호 공사에 대한 개인적인 궁금증 때문이었다. 어떤 이유로 탈북을 했고, 성장과정은 어떠했는지, 북한의 엘리트 코스는 어떤지, 북한 외교관의 생활은 어떠한지 등이 궁금해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코엑스 영풍문고에서 구입했는데, 판매 상위권이었지만 놀랍게도 디피되어 있는 책이 없었다. 따로 계산대에 문의하니 옆에 쌓여있는 책에서 빼 주었는데, 아무래도 북한이라는 주제가 민감하다보니 책을 망쳐놓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이런 방식을 택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엘리트 탈북자’의 북한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전반에 걸쳐 북한의 정치적 의사 결정과정에 대해 보여주면서도, 저자는 우리가 ‘해방시켜야 하는 노예사회’를 소개하는데 중점을 두고있다. 이성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엘리트로써 성장하고 혜택을 받은 시스템을 부정하면서 Justice Warrior가 되어 자신의 탈북을 정당화하고 있다. 어찌보면 비겁하지만 이해는 간다. 저자가 탈북을 한 이유는, 자신의 아이를 북에 보내기 싫어서 였다.

책 후반부에는 저자의 생애를 다루고 있는데 태영호는 북에서 복을 아주 많이 받은 사람이었다. 북한의 특성상 행운의 기회가 남한보다 적을텐데 그 중에서도 그는 으뜸가는 복을 받은 사람이었다. 책의 내용은 최신 북한 시스템을 다루고 있지만 기저에는 남한사람들을 계몽시켜 북한주민들을 노예상태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는 냉전시대 구시대적 사고가 깔려있다. 사실 북에서 초엘리트 혜택을 받은 사람이 위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게 좀 아쉽게 느껴졌다.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은 태 공사의 책에 비해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위의 책은 띄엄띄엄 읽었는데, 이 책은 계속 다음 내용이 기대되는 책이었다. 북한에 자본주의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서술해주고 있다. 물론 출처가 제한되어 있다보니 편견이 약간 들어가 있거나 약간 옛날 정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그런 부분을 감안한게 잘 보인다. 이 책은 북한 경제와 시스템에 관한 최신 정보를 담고 있는 논문에 가깝다. 이런 내부의, 밑바닥부터 시작된 경제변화는 태영호 공사가 모를 부분이다. 두 권 중 하나를 추천한다면 나는 당연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3층 서기실의 암호’는 쓸때부터 목적이 정해져있는 정치적인 책이다. 북한의 정치와 외교에 대한 내용이 많지만 결국에는 ‘북한을 잘 모르는 남한의 사람들아, 북한을 해방시켜야 한다!’ 이런 주장을 위한 책이다. 이런 뻔한 얘기를 하니 약간 지루하다. 이런 논의 자체가 구시대적이기도 하지만 마르크스적이기도 하다는데서 씁쓸함을 느낀다. 태 공사의 삶을 살펴보면서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에 반해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을 읽으면 내일이라도 북한에 가서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초반에 언급한 내 질문에 전부 답을 해줬다. 일반 사람들의 생활과 정치의 역할 등 전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인 탈북자들의 탈북하기 전에 북한에서 뭘 하면서 살았을지 바로 상상이 가능해진다. 북한 관련 신작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도 읽어보고 싶다.

+ 근데 읽으면 읽을수록 북한이 중국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느꼈다. 앞으로 정치와 경제의 역학관계가 중국과 비슷해질 것 같다. 특히 겪고 있는 역경이나 그 해결과정이 비슷하다. 중국처럼 된다면 내부 봉기나 민주화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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